온라인 계좌 개설, 실제 인물 확인 의무화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오는 11월 1일부터 금융 기관들이 온라인으로 계좌를 개설할 때, 신청자가 실제 살아있는 사람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기존에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 시에만 적용되던 '실존 확인'(liveness detection) 의무를 전자 서명이나 스위스의 새로운 전자 신분증(e-ID)을 통한 본인 확인 절차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최근 급증하는 디지털 금융 사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범죄자들이 위조 신분증이나 조작된 신분 정보를 이용해 원격으로 계좌를 개설한 뒤, 이를 불법 활동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FINMA는 이미 지난 4월 조사에서 일부 금융 기관들이 디지털 사기 방지 정책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AI 기술 악용한 사기 방지에 초점
이번 규정 강화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욱 정교해진 신원 도용 및 사기 범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FINMA는 AI 기술을 이용한 딥페이크(deepfake)나 위조 신분증을 통한 신원 도용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자 서명 및 e-ID를 통한 본인 확인 시에도 실존 확인 절차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실제로 호주 금융 당국은 AI 딥페이크를 이용한 사기 사이트 수천 개를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스위스의 대형 온라인 은행인 스위스쿼트(Swissquote)는 이러한 강화 조치에 더해, 계좌 개설 시 초기 송금액을 다크웹에서 거래되는 계좌 개설 비용보다 높게 설정하거나, 첫 송금액의 IBAN(국제 은행 계좌 번호)을 사기 연루 계좌 목록과 대조하는 등의 추가적인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FINMA는 각 금융 기관의 위험도와 사업 모델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결제 수단 인정 범위, 은행 라이선스 기반으로 제한
이번 규정은 온라인 본인 확인 시, 신청자 본인 명의의 스위스 또는 EU 회원국 소재 은행 계좌에서의 송금만 인정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생체 인식 ID 칩을 읽는 경우에는 이 송금 절차를 면제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 카드사, 간편결제 서비스인 트윈트(Twint), 페이팔(PayPal) 등을 통한 송금은 이번 규정에서 인정되지 않습니다. FINMA는 이러한 결정이 은행이 보유한 금융 감독 및 자금세탁 방지 체계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주소 확인 절차는 기존의 우편물 확인 방식 외에 지리적 위치 정보(geolocation) 등 디지털 방식을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전자 신분증 규정(eIDAS)에 따라 발급된 전자 신분증은 국제적인 기술 및 규제 협력 없이는 현재로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전자 서명을 통한 계좌 개설은 2027년 11월 1일까지 주소 확인 및 실존 확인 절차를 추가해야 합니다.